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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파괴 경향의 치료법

왜 그동안 성공을 구가했던 똑똑한 사람들이 무모한 거래를 반복하면서 계속적으로 돈을 잃는 걸까?

무지 때문일까? 운이 나빠서 일까? 아니면 스스로를 망치고 싶은 숨은 욕망 때문일까?

많은 사람들에게는 자기파괴적 경향이 있다. 정신과 의사로 일하면서 나는 심각한 문제에 대해 불평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실은 자기 자신에 대한 파괴를 일삼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나는 환자들의 외부 현실을 바꿀 수는 없었지만 그들의 자기파괴적 행위들을 하나씩 치유할 때면 외부적인 문제들이 금세 사라지곤 했다.

자기파괴성은 인간 존재에 깊이 스며 있는 한 특징이다. 이것은 문명이 통제된 공격성 위에 세워져 있는 탓이다.

우리는 성장하면서 예의바르게 행동하고, 밀지 말고, 친절하게 대하라는 등 다른사람에 대한 공격성을 통제하도록 교육 받는다. 우리의 공격성은 출구를 찾지 못한 채 자신에게로 향하게 된다. 우리 자신은 보호되지 않는 유일한 대상이기 때문이다.

사회는 극단적 자기파괴 행위에 대한 몇가지 방어책을 갖추고 있다. 경찰과 119, 의료계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거래자의 정신나간 자포자기는 누구도 막아주지 않는다. 주식시장에서 정신나간 거래자가 스스로에게 손해를 끼치는 동안 중개인과 다른 거래자들은 기쁜 마음으로 그의 돈을 빼앗아갈 것이다. 금융시장에는 자기파괴 행위에 대한 보호장치가 없다.

당신은 자기파괴 행위를 하는가? 거래행위에 대한 객관적인 지표인 자본곡선이 하향하고 있다면 당신은 시장의 방향을 제대로 좇지 못하고 있으며 자기파괴 상황에 놓여있다는 것을 뜻한다. 이런 상황을 인지하면 거래규모를 줄이고 일지를 좀 더 열심히 들여다 보면서 당신이 대체 무슨 일을 하고 있는 것인지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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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자의식적인 거래자가 될 필요가 있다. 기록을 잘 관리하고, 과거의 실수에서 배우고, 미래에는 더 나은 거래를 해야 한다. 하지만 돈을 잃는 거래자는 손실을 고약한 비난처럼 느끼며 사실을 부끄러워해 감추고 싶어한다.

숨는 것은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아니다. 당신은 손실의 고통을 발판 삼아 자제심 강한 승자가 되어야 한다.

‘ 패자들의 모임 ‘

내 주식 인생을 영원히 바꾸어놓을 깨달음이 찾아온 것은 오래전 일이었다. 당시 나는 자본이 요요처럼 늘었다 줄었다 하는 현실을 겪고 있었다. 나는 시장에 대해 충분히 알고 있었고, 그래서 많은 거래를 통해 수익을 낼 수 있었지만, 수익을 지켜 자본을 늘릴 수가 없었다.  궁극적으로 나를 롤러코스터에서 빠져나오게 해준 깨달음은 알코올 중독자들과의 만남에서 비롯되었다.

그 무렵 나는 열심히 정신질환자들을 진료했는데 환자 가운데는 알코올 중독자들도 있었다. 나는 차츰 알코올 중독자들과 손실을 보는 거래자들의 유사성을 발견하기 시작했다. 패자는 알코올 중독자들이 술집에 걸어가듯이 시장에 들어선다. 그들은 즐거운 기대를 안고 시장에 들어섰다가 감당하기 힘든 어려운 두통과 피로, 의욕상실과 함께 시장을 나온다. 음주와 주식 거래는 똑같이 사람들을 즐거움의 선을 넘어 자기파괴의 길로 유혹한다.

나는 손실만 보는 거래자들에게 거래에 대한 일지를 작성해보라고 시킨다. 그러면 많은 수가 화를 낸다. 알코올 중독자들이 자신의 음주생활을 기록하기 싫어하듯이, 자신을 거울에 비쳐보는 행동이 강박적인 중독 행위가 주는 즐거움을 감소시키고 고통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알코올 중독자와 패자는 과거나 미래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은 오로지 현재에만 관심을 쏟는다. 술을 목구멍 안으로 집어넣는 쾌감이나 스크린 위에서 춤추는 주가가 그들의 모든 관심을 빨아들인다.그들은 자신이 빠진 심연의 깊이를 알고 싶어하지 않고, 자신이 일으킨 문제의 가혹함 그리고 자신과 타인에게 일으킨 피해의 규모를 외면한다.

이런 상태를 무장해제 시킬 수 있는 것은 알코올 중독자들의 모임에서 말하는 ‘밑바닥’을 때리는 고통 뿐이다. 이것은 말하자면 각자가 가지고 있는 내면의 지옥 같은 것이다. 질병, 가족의 외면, 실직, 파산 등 참을 수 없는 고통은 외면하고 부인하고 싶은 상태를 허물고, 피할 수 없는 선택의 상황을 직시하게 만든다. 자기자신을 파괴할 것인가 아니면 인생을 되돌릴 것인가?

그렇다면 알코올 중독자들의 모임에서 배운 교훈을 어떻게 거래의 언어로 바꾸어야 하는 걸까?

손실을 입는 거래자의 자본은 계속 줄어들고 있지만, 그는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분석하지도 않고 계속 거래에 뛰어든다. 정신이 나약한 아마추어는 얼마안되는 손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다가 결국 큰 손실을 보게되고 자존감에도 큰 상처를 입힌다. 고통은 거래자의 ‘밑바닥‘을 때리고, 초보자들은 무너져버린다.

살아남은 자들은 두부류로 나뉜다.

1) 한 부류는 예전의 방식을 고수하며 더 많은 돈을 계좌에 쏟아붓는다. 그들은 계속 도박을 하는 것이지만, 이제는 방아쇠를 당기려 할 때면 불안과 공포때문에 손을 떨게 된다.

2) 밑바닥까지 경험한 소수의 거래자들은 변화하기로 결심한다. 회복은 느리고 고독한 과정이다.

회복기의 알코올 중독자들에게 그들을 위한 모임이 있듯이, 거래 실패자들을 위한 모임이 필요하다. 하지만 주식거래는 대단히 경쟁적인 행위이기 때문에 그런 조직은 쉽게 와해될 수 있다. 살벌한 시장에서 상호지원 단체를 형성하거나 원조단체를 찾기는 쉽지 않다.

만약 거래자들의 단체를 만들 수 있다면 나는 그 단체를 ‘패자들의 모임’이라고 부를 것이다. 이 이름은 부정적이고 가혹하게 들리지만 거래자들이 자신의 강박적인 행동자기 파괴성을 직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어쨌든 우리에게는 그런 모임이 없기 때문에 우리는 혼자 회복을 향한 길을 걸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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